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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유기행 s3] 9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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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쓰담쓰담 작성일19-04-15 10:40 조회304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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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14서유기 9주차 마지막(드디어!!) 후기를 맡게 된 소담입니다.

사실 서유기는 저번 주가 마지막일 예정이었으나, 누가 세미나 티에 데이는 바람에 한 주가 연장되었습니다. 회식은 저번 주에 이미 끝났는데도요. 허허.

어쨌든 이러저러 해서~ 근영샘과 함께 하는 마지막 세미나가 진행되었는데요, 안타깝게 세실은 학교 시험으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ㅠ 『소크라테스의 비밀마지막 부분을 돌아가면서 입발제를 하고 중간에 자연스럽게~ 근영샘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뒤에 근영샘은 소크라테스에 대해 저희들이 놓친 부분을 집어 주시고 이제껏 저희가 썼던 후기를 모두 읽고(!!) 코멘트를 들려주셨습니다.



정말 주옥같은 말들이 많았습니다그 중에서도 가장 놀랄만한 것은 역시 니체가 말한 소크라테스에 대한 얘기였는데요, 이 문제는 저희가 맨 처음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을 때 느꼈던 위화감과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이 열린 당시 그리스 시대는 몇 번의 독재 과두정으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갔고 전염병으로 인해서도 다분 피폐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소크라테스가 직접 과두정에 참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과두정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과는 친분이 있는 상태였는데요, 그럼에도 그는 일관성 있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대상으로 철학적인 질문을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걸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그런데 신성모독 죄로 재판장에 불려 간 소크라테스는 아주 당당하게 말합니다. 나를 죽이면 당신들은 정말 귀중한 인재를 잃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요. 그가 하는 말이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 생각해보기 이전에, 그가 말하는 방식은 아테네 사람들의 분노를 살 만 했습니다. 저희 역시 소크라테스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니, 뭔가 있지 않겠어? 우리가 느끼는 이런 거부감을 잠깐 누를 필요가 있지 않겠어?’라며 넘어갔는데요, 근영샘은 놀랍게도 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주목하셨습니다. 자신이 진리를 말한다는 확신 위에 다른 사람들의 기분이나 맥락을 전혀 짚지 못했던 점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이었던 대화법(dialogue)는 두(di)+지성(logos) 사이에서 발생하는 합리적인 논의를 말했습니다. 논리적이라고 하면 신뢰감이 있고 모두에게 납득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똑 부러지게 말하지만 정감이 안 가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소크라테스의 논리적인 질문을 따라가더라도 기분이 상할 수 있는 것처럼요. 저희와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논리적인 것 이외에 감정이나 정동, 즉 파토스(pathos)를 느낍니다. 사실 일상의 전반에서 문제시되는 건 논리가 아닌 이 파토스에서입니다. 정리하면 간단하지만, 그렇게 정리할 수 없는 비논리적인 것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대화에서는 그런 부분을 찾기가 힘듭니다. 아니, 소크라테스 이외의 사람들에게선 그 파토스가 읽히기도 합니다. 불쾌감, 분노와 같은 것들이 말이죠. 하지만 결코 소크라테스 자신의 감정적인 것이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니체는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가 일반 사람들과 다른 특이 체질(!)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파토스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이론적인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입니다. 요컨대 소크라테스의 진실은 그가 싸이코 패스였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에게 무신경해서 그들을 불쾌하게 했던 게 아니라, 스스로 그런 불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신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선에서 보면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다르게 읽히기도 합니다. 질문할 수 있지만, 결코 스스로는 생산하지 못하는 신체. ‘나는 모른다는 소크라테스적 선언은 나는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다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에, 세상에!!

소크라테스와 같은 체질의 사람들은 많이 없겠지만, 소크라테스적인 면모는 엘리트주의라는 이름으로 흔하게 드러납니다. 논리로 사람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들, 계몽적인 혁명가, 친구를 가르치려 드는 사람. 이렇게 진리나 논리라는 이름을 들먹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부족한 점, 비논리적인 점은 잘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코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비논리성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그의 맥락, 파토스가 드러나는 지점을 봐야 하는 건 아닐까요. 그 과정은 나 자신의 파토스를 읽어내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이 외에도 너무너무너무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가장 놀란 부분이기도 했고, 평소 제 고민 지점과 많이 맞닿아 있었던 곳을 적어 보았습니다. 논리에 살고 죽었지만, 그런 방식이 자신을 바라보기 힘들게 만든다는 점을 꼭! 유념해 두어야겠습니다.



서양사유기행의 다음 시즌에는 플라톤을 읽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플라톤의 책을 읽었는데 이상한 일이죠ㅎㅎ 플라톤의 초기 저작은 비교적 스승의 말을 가감 없이 적었지만, 이후의 저작들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됩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둘러싼 플라톤의 면모도 조금은 보이는 듯했습니다. 스승이 비교적 담담했던 반면,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죽게 만든 아테네 시민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변명에서 대비되는 소크라테스의 현자적 면모와 어리석은 대중(demos)들이 그걸 말해줍니다. 기록상으로는 소크라테스의 처형 당일, 플라톤은 스승을 찾아가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소크라테스와는 또 다른 길을 걸었던 플라톤. 그의 책은 또 다른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럼 다음 시즌에 만나요~


P.S. 세미나 사진은 못 찍었지만 끝나고 가볍게 카페에 간 사진을 찍었습니다. 역시 회식은 중요하죠. 카페에서 세미나에 있던 얘기들을 다시 풀어놓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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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지혜님의 댓글

김지혜 작성일

세미나가 후기를 쓰지 않을 수 없음의 상태였던 소담샘의 후기ㅋㅋ
파토스와 논리의 관계!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정체!! 진~한 세미나였습니다

저는 5주동안 저희를 괴롭혔던 (?) i f 스톤의 그 마음이, 자신이 거부감이 드는 것에 대해서 이해해보려하기 보다는 밀어내기만 하는 그 마음이 우리들안에 있다는 것을 짚어주신 것, 관용이 결국 서로 영향을 받지않고 개입하지않겠다는 마음인데 마치 서로를 존중하는 것처럼 기만한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이질적인 것과 마주칠때 가지기 쉬운 양극단의 마음가짐같아서요, 어떻게 관계를 할 것인가를 고민해보게됩니다
다음 시즌도 기대되네요

호호미님의 댓글

호호미 작성일

ㅎㅎ앎의 기쁨이 넘치는 후기당
저도 마지막 시간에 소크라테스의 비밀이 밝혀져 까암짝 놀랐어요
공부에 있어서 '이성'이 다가 아니라면, 책과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계속 가져가고 싶은 고민이어용~

덧붙여서 '용기'가 '무엇이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할 수밖에 없음'이란 것도 멋있었어요.
근영샘이 들려주신 최고의 용기, 자기직면!
'내가 얼마나 무력하고 비겁한 사람인지를 볼 때, 거기에서 길이 난다.'
길을 내고자 하는 서유기 동학들~~ 담시즌도 잼나게~ 가보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