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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리수]4주차: 문리수를 통해 깊이 읽는 <빌헬름 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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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눈보라1 작성일18-11-11 19:03 조회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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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빌헬름 텔 읽기'는 정작 지난 주 <빌헬름 텔> 문리수 모임을 마치고 나서 시작되었다.


짧은 분량에 비해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독일어식 이름도 너무 복잡해서

읽는 동안 중심 인물 몇 명을 제외하고는 어떤 사람인지 대충 그때그때 살펴보고 넘어가서

다 읽고 나서도 누가 누군지 모르는 등장인물들이 태반이었다.

지명도 굉장히 많이 나와서 책에 있는 지도를 다시 그려가며 읽어야 했다.


읽으면서, 읽고 나서의 느낌.

스위스의 민주주의 역사가 흥미로웠고, 영세중립국이 그냥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웃과 함께 호흡하고 이웃을 신뢰하며, 불의를 지나치지 못하는 선량한 사람들, 서로가 공유하는 가치를 위해 행동에 나서는 그들을 보며... 2018년 서울을 살고 있는 우리들과는 다르다? 다름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런 정의감과 타인에 대한 포용은 땅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자연이 베푸는 생명을, 자연의 일부로서 누리는 농경민이나 목축인들의 특징일까? (유사한 감동을 주었던 작품으로 존 스타인 벡의 <분노의 포도>를 떠올렸다. 가난과 핍박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이웃을 향한 사랑과 연대감을 유린할 수 없음을 보여준 감동의 마지막 장면... 이 사람들도 농민출신.)

그러나 딱히 그렇게만 볼 수도 없는 것이...지금도 스위스 국민들의 정의감과 양심에 대한 자부는 매우 높은 편이라서 본인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설문에서 높은 찬성률을 보인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어차피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본인들이 그 책임을 먼저 지겠다는 생각의 결과라고. 그러나 그렇게 설치하는 대신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고 문항을 바꾸면 찬성률은 급격히 떨어진다고.

아무튼 이런 정도의 고민만 했을 뿐, 문리수 모임을 향해 가는 마음 속에는 그다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수다가 시작되자...

늘 그랬듯이, 이번엔 더욱...예상치도 못한 창조적 이야기들이 범람했다.


돌아오는 길에, 돌아오고 나서 며칠 간... 그래서 <빌헬름 텔> 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마음 속에 샘솟는 의문과 대답들이 틈틈이 일상을 비집고 밀려왔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 극의 주인공 '빌헬름 텔'에 관한 것들이었다.


읽을 때는 나를 그다지 많이 사로잡지 못했던 <빌헬름 텔>이라는 인물은 문리수 수다가 시작된 즉시 자근자근 씹히기시작했다. ‘그는 영웅인가?’ ‘그냥 개인주의자가 아닌가?’ ‘이웃이 아무리 폭압으로 고통 받고 있어도, 불의가 자신에게 직접적인 폭력으로 다가오기 전까지는 행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눈앞의 이웃의 어려움에는 누구보다도 용기 있었다.’ ‘그건 그가 가진 유능함 때문이 아닌가?’ ‘유능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사회적 책임이 더 있는가?’ ‘재능은 거저 받은 것이고, 그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것도 사회적 뒷받침으로 가능한 것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영웅인가? 그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영웅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빌헬름 텔의 개인주의는 옳은가? 불의를 묵과하는 태도는? 이웃이 함께 혁명을 준비할 때 동참하지 않은 것은?’ ‘실러는 당대 프랑스 혁명을 주의 깊게 보고, 혁명이 반혁명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 고민이 나타난 것이 빌헬름 텔이라는 인물의 태도가 아닐까?’

무장한 병사들에 포위되어 빌헬름 텔이 끌려갈 때 아무도 나서서 싸우지 않은 것에 대해 텔의 부인이 절규하는 대목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며칠 후 혁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무장도 없이 나서는 것이 무모하기에 나는 그들이 비겁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속으로.)


강학원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끌려가는 빌헬름 텔의 장면에 대해 잠깐 수다.

어쨌든 <빌헬름 텔> 시대의 스위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공분했고, 싸우지는 않아도 말리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적어도 모른 척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다가 이 장면에 오버랩되는 우리 시대의 장면이 하나 있었다. 양진호라는 사람이 자기 회사에서 사원들을 폭행하는 데 그 자리에 있던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말리기는커녕, 그의 폭행과 기행은 완전한 침묵 속에서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아니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언론사에 의해 영상이 드러난 지금도 목격자조차 나서지 않는다. 태수 뒤에는 황제의 권력이 있었다면, 양진호 뒤에는 무엇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해보려 하다가... 황제보다 막강하고 황제보다 전능한 존재인 자본이 있구나... 하며 돌아왔다.


마지막 대화를 곱씹다가 전철에서 한병철의 <피로사회>(이 책은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를 생각했다. '

황제' 역시 '황제=국가≒신'이라는 이데올로기로 개인의 내면을 지배하지만, 그러나 자본처럼 자아와 피아를 구분 못할 지경으로, 스스로 지배당한다는 느낌조차 없이 완벽하게 한몸이 되게는 못했으니. 역시 자본이 황제보다 한 수 위구나. 따로 누군가에 의해 착취당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하는 '자본'에 관한 한병철의 독설에 일변 동의하며... 씁쓸해 하며...


이렇게 <빌헬름 텔>이 던져준 의문은 며칠간 가지를 뻗어나갔다. 빌헬름 텔이 영웅이라면, 왜일까. 그토록 평범한 그의 모습, 그래서 소박한 자연인이라고 실러 스스로 칭했던 그 모습에 영웅의 면모는 없다. 정의감에 찬 언설도 없고, 대중을 휘어잡는 마력도 없다. (심지어는 독고다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대중을 이끌지도 않고, 깃발을 들지도 않는다.)그는 그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고. 그 삶 한 순간 한 순간에 진실을 다할 뿐이다.

<빌헬름 텔>은 그냥 우상이 아니라, <자유와 혁명의 우상>이라고. 우리가 읽은 책에는 그렇게 부제가 달려 있다. 그냥 우상, 그냥 영웅이라면 뛰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는 자유와 혁명의 영웅, 우상이다. 자유는... 특히 18~19세기 유럽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이다.

중세 유럽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다. 오죽하면 암흑기라고 했을까. 종교가 인간의 천성을 모조리 죄악시하며 지배했던 그 시대로부터 인간 개인이 뛰쳐나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파괴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억압이 얼마나 강했던지 거기서 뛰쳐나온 개인은 그저 개인이 아니라, ‘초인이어야 했다. 신을 죽인 근대 유럽은 극심한 정신적 공황을 이겨내야 했다. 유럽을 공동체로 묶어주던 '신'이라는 그 단단한 결속을 끊어버리는 것은 어찌 보면 부모살해에 버금가는 일이었을 것.

그래서... 그 우상은 지극히 인간적이면서 지극히 주체적이면서 지극히 개인적이어야 한다. 서구와는 달리 우리는 그런 개인을, 그런 휴머니티를 가슴 깊이 목말라 하며 스스로 창조한 경험이 없다. 트로츠키는 개인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곳에서는 진정한 공동체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고 했던가.(노파심이지만..'개인주의'랑 '이기주의'랑은 구분하자. 아무튼 신에게 혹사당한 경험도 없으니 우리는 또 다른 장점이 있을지도...?) 그래서 '개인'이란 주제에 대해 조금 더 무게를 두며 생각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기로 생각하다가...ㅎㅎ(생각, 생각, 생각...곰돌이 푸..?^^)


<빌헬름 텔>이 우상인 것은 어쩌면 그의 특별한 재능보다 그의 평범성에 있는지도 모른다. 특별한 사람, 특별한 양심만이 정의를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높은 정의감을 가진 활동가만이 자유와 혁명을 하는 게 아니라.... 소박한 자연인, 주체성을 가진 인간 개인, 끝까지 자유의지를 놓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판단에 따라 옳은 걸음을 걷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자유와 혁명의 우상이라는,,, 그런 얘기였을까. (실러는 당시 프랑스 혁명을 보며, 반혁명을 고민했다고 하니, 혁명의 영웅주의와 혈기가 가져오는 잔혹함에 대한 고민도 이 작품에는 묻어 있는 것 같다.)


아... 자유 얘기만 하고 혁명 얘기를 안했다. 그런데, 따로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이 시대엔 자유 = 혁명이 아닐까?



아무튼... 놀라워라. 문리수. 수다가 깊을수록 가을은 깊고, 사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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