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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2주차 후기, 『아케이드 프로젝트』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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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영 작성일18-08-22 15:30 조회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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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터 벤야민의 책 『아케이드프로젝트』는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 책은 ‘책’이라기보다는 저자의 ‘필사노트’에 가까운데요.

 벤야민은 20세기 자본주의의 꿈-자본주의가 드러내지 못하고 억압하고 있는 무의식-을 19세기 자본주의의 모습에서 발견하고자 했습니다. 사실은 자본주의가 드러내고 있는 것 보다는 드러내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자본주의의 핵심을 보여주며,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자본주의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19세기에 기록된 자본주의에 관련된 책, 기사 등을 주목했고, 그것들을 모으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기록했는데 그 모음이 바로 『아케이드프로젝트』입니다.
 그렇게 쓰여진 기록들을 <케이드프로젝트> 세미나에서는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연결해보며 해석을 해보려고 하는데요. 세미나의 최종적인 결론은 ‘이거 지금 우리랑 똑같다’였습니다. ㅋㅋ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신유행품점 점원’에 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는데요.





(...) 바느질 수선일 하는 여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바깥쪽으로 놓인 큰 의자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심지어 외부와 이들을 구분해주는 유리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의 원기 왕성한 얼굴 표정은 많은 산책자들에게 바로 그러한 장소가 매력을 끄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 (...) [A 2a, 7]



(...) 빨간 수염이 난 담당 직원(대단한 애서가인 그는 다른 사람에게 책을 가져다주는 대신 항상 소설을 읽고 있었다)과 매일 아침마다 해외에 나와 있는 독일인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독일 신문(...) 파리에 뭔가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여기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로(앞서 말한 빨간 수염의 직원이 떠드는 소리가 자기나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엄격히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에서 귀로 전달되었다.(...) 로덴베르크, 『햇빛과 등불 아래의 파리』, 라<이프>치<히>, 1867년, 6/7페이지. [A 2a, 8]



“(...) 복도 끝에는 이들 복2층으로 나가는 작은 계단이 있었다. 이러한 문 중의 하나의 둥근 손잡이 근처에 손으로 쓰 다음과 같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문 옆에
일하는 사람이 있으니
문을
조용히
닫아주시기 바랍니다.


[A 3, 2]



─발터 벤야민, 『아케이드 프로젝트』, 새물결, P.152-3



 종업원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손님이 종업원의 감시에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낮추고, '일을 하고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메모를 붙이기도 하고! 벤야민이 모아 놓은 이러한 기록들은 당시 ‘신유행품점 점원’들이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어떤 독특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옷가게 점원, 까페 종업원 등이 단순히 ‘노동자’라고만 생각되진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까페나 번화가를 전전하며 방황하던 시절에 종업원들을 유심히 보곤 했는데요. 그만큼 그들이 저에게 단순히 ‘서비스 제공자’이상의 존재감을 내뿜으며,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지요. 그 가게의 아이덴티티를 덧입어서인 것인지, 그들은 나와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 같기도 하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고....... 사실 저도 아르바이트를 해 봤고, 하는 일들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하지만 저 스스로도 일을 할 땐 뭔가 특별한 힘을 입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뭘까요?
 벤야민이 발견한 바로, 이런 식으로 인식되는 노동자-신유행품점 점원은 1800년대 중후반에 새롭게 생겨난 존재인 듯합니다. 점원들이 이런 존재감-권력을 갖게 된 것은 아케이드가 건설되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상품들 사이를 산책하며, 상품을 신처럼 숭배하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아케이드는 상품(신)들을 모셔놓은 신전이니, 종업원들은 자연스럽게 상품들을 수호하는 수호신(?)과 같이 격상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상품이 신과 같이 사람들에게 굉장한 영향력을 내뿜는 배치가 만들어지고, 신유행품점 점원들은 그 상품의 아우라(?)를 덧입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어떤 종업원들에게서 특별한 존재감을 느끼는 것은 그들이 관리하고 판매하는 상품이, 저에게 단순한 물건 이상의 무엇으로 여겨지고(숭배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힘들을 환상이나 착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상품이 주는 그런 힘들은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월급만큼이나 위안이 되는 것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면 자기의 정체성으로도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지금도 자본주의를 살아가고있는 우리의 현실이겠지요?! 어쨌든 우리는 상품이 우리에게 이렇게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ㅎㅎ 그 외에도 우리는 지금 무엇을 숭배하고 있을까요?!




다음 주에는 패션에 관한 벤야민의 기록을 읽습니다.^^!! ㅎㅎ

패션에 관한 어떤 시선들을 포착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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