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강학원

본문 바로가기
남산강학원을 즐겨찾기에 추가
사이트 내 전체검색

일반세미나 일반세미나

[자연학-굴드] 뒤늦은 후기~

게시물 정보

작성자 영대 작성일14-09-11 11:47 조회1,156회 댓글0건

본문

추석이라 후기 올리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서둘러 올립니다.


에세이집 전반에 걸쳐, 굴드는 "우연"을 이야기합니다. <생명의 역사와 진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우연'의 의미란 어떤 것인가?>

굴드는 이 질문에 답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굴드의 답이 완전히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제가 배운 것을 정리해볼게요.


쉽게 '우연'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생각해보니 다양한 맥락들이 있더군요.

우연-필연의 대립쌍도 있고, 우연-무작위성의 구분도 필요했습니다. 


우연-필연. 이 대립쌍에서는 인과관계가 중요합니다. 필연은 '반드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인과적 결정론을 뜻합니다. 다른 가능성은 없지요. 진화론에서 필연은 지금의 생물들을 근거짓는데 사용됩니다. 지금 우리가 이런 모습을 갖고, 생태계가 이러저러한 생물들로 채워진 것은 필연이었다는 식으로. 시간은 오래 걸렸겠지만 어쨌든 '인간'은 출현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그렇다면 진화엔 어떤 법칙들이 있으며, 특정한 방향이 있다는 방식으로 해석됩니다. 고등한 인간으로 향하든, 복잡한 생물로 향하든, 아니면 의식의 출현으로 향하든, 특정한 방향에 따라 선형적으로 그려지는 '진보'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굴드는 분명히 진화의 방향성을 부정합니다. 그러면서 '우연'을 강조하지요. 굴드는 술주정뱅이의 비유를 들어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편엔 담벼락으로 막혀 있고 다른 편에는 하수구나 수로가 이어진 길이 있는데, 거기를 술 취한 사람이 걸어갑니다. 그는 비틀비틀 하면서 걸어갑니다. 그가 만약 지그재그로 걷다가 벽에 부딪히게 되면 다시 튕겨져 나오겠지요. 그러나 결국 그는 오랜시간(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지그재그로 걷다가 언젠가는 하수구에 빠질 것입니다. 필연이나 진화의 방향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이 과정을 이렇게 해석하겠지요. "담벼락에서 출발해서 하수구로 가는 방향성, 혹은 법칙이 있다. 중간에 그것이 좌절된(담벼락 쪽으로 거꾸로 간) 경우도 있겠지만." 


생명의 역사도 이와 같습니다. 진화의 방향성은 없고 모든 생명들이 지금을 살아가는 방식들만 있습니다. 거기엔 생물들 보다 이전에 정립되어 있는 법칙은 없습니다. 그 점에서 굴드는 진화에서의 우연을 강조합니다. 진화의 필연성이나 방향이 선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우연'이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굴드가 무책임하게 '다 우연이다'라고 설명해 버리는 (설명하지 않는 듯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원인과 조건을 구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인'이 다른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과적 결정이라면, 조건은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생물은 당연히 어떤 상황 속에 놓여집니다. 부모 개체로부터 물려받은 신체구조, 거기에 태어난 국지적 환경 등 이런 상황들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조건이지, 삶을 결정짓는 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조건들 속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도약하는 것이 굴드가 말하는 진화입니다. 이럴 때 굴드는 이 조건에서 어떻게 그런 생명을 발생했는지 설명합니다. 특정한 기관을 그 전까지 전혀 활용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용할 때, 진화가 일어나고, 우리는 그것을 '우연'히 진화했다고 설명합니다. 그 전까지는 새로운 용법에 대한 어떤 근거도, 새로워야할 필연성도 없었으니까요. 생명의 극적인 방향전환, 굴드는 이를 두고 "우연"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굴드식 '우연'과 무작위성(랜덤)은 다르지요. 같은 조건에 놓은 여러 생명체들 중에, 무작위적으로 누군가 살아남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변이들 중에서 환경에 적합한 누군가만 살아남는다는 식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너무 결과론적이고, 생명으로부터 너무 많은 거리를 둔 해석 같습니다. 생명이 자기 조건에 들어있던 가능성을 현실화 시키는 것, 이렇게 예상치 못하는 사건을 두고 굴드는 '우연'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흠.. 너무 윤리적인 해석인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이해를 하니 굴드의 글이 정말 감동적이라 좋았습니다. 왜 생명이 원더풀 라이프인지 느껴지기도 하고. 


다음 시간엔(내일이죠) <여덞마리 새끼돼지>를 끝까지 읽습니다.

발제와 간식은 관식형, 또 간식을 도울 분은 누군지 모르겠네요.

재밌게 읽고 내일 만나요~~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