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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리수] 5주차 세미나 후기 : 어둠의 심연

게시물 정보

작성자 양지 작성일18-04-17 00:02 조회300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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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민지배자들의 땅에 대한 소유욕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 유럽의 제국주의 침략이 팽배했던 식민지배 시대. 유럽의 열강들은 아프리카 지도를 알록달록 색깔로 물들이며 "땅따먹기" 게임에 열을 올린다. 더 많은 식민지의 확보는 더 많은 부의 창출과 노동력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 땅은, 유럽 제국주의자들에겐 그저 개척하고 정복해야 소유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로빈슨 크루소가 난파로 인해 체류하게 된 무인도(실제로 원주민들이 살고 있고 그들의 식인행위를 두려워하면서도)를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계획적으로 개간하며 자기 땅이라 우기는 태도와도 맞닿아있다. 실제로 서구열강의 식민지 개척에 대한 기본 논리에는 땅에 대한 이와 같은 정복과 소유의 인식이 깔려있다.


2. 말로우의 콩고 강 여정

어릴적부터 아프리카 지도를 보며 모험가의 꿈을 키우던 말로우는 선원이 되어 콩고 강 하류부터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여행 길에 오른다. 그는 오직 돈만을 목적으로 붙박이 처럼 일하는 여타의 유럽인들과 달리 모험가, 여행가 기질이 있다고 표현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말로우가 일반적인 제국주의 침략자들과는 차별화 된 인물임을 나타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콩고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여행의 과정이 대부분 말로우의 입을 통해 서술된다. 그가 목격한 것은 상아무역으로 돈벌기에 집착하며 원주민들에게 우상처럼 받들어지는 커츠, 알록달록한 누더기를 입고 제국주의 이념에 대해 설파하는 약간은 정신이 나가 보이는 젊은 러시아 청년, 그리고 굶주림과 병으로 스러지는 유럽인들과 노역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모습이다. 한 마디로 뭔가 비논리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들. 말로우는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자연의 광할함에 압도당하고, 원주민들로 부터 언제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위협에 끊임없는 불안감을 토로한다.


3. 식민지 부메랑 효과, 그리고 어둠의 심연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여행기, 모험담은 주인공이 험난한 여정을 통해 교훈을 얻거나 영웅화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어둠의 심연>에서 이와 같은 서사구조를 찾아 보기는 어렵다. 주어와 서술어를 찾게 만드는 긴 호흡의 문장들, 뿌연 안개에 휩싸인 채 숨 막히는 열기를 뿜어내는 정글에 대한 묘사,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제국주의적인 침탈 행위는 대부분 물질적 착취이거나 교육,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원주민에 대한 착취, 노역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런 과정들이 노골적으로 명확하게 서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런 서술 방식이 이번 주 문리수 회원들 모두 아리송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든 주범일 수도 있다.

커츠의 죽음을 목격하고 귀국한 말로우는 자신의 콩고 강 여정을 가리켜 "평범한 선원으로 떠나 회의적인 채로(skeptical) 돌아온다"라고 토로한다. 여기서 "회의적"이라는 표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 말로우가 일반적 여행기처럼 특정한 교훈을 얻거나 자아실현, 성취 등을 이루고 돌아왔다고 해석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회의적이라는 의미는 이상과 이념, 돈에 대한 열망과 같이 명확한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식민지로 떠났던 유럽인들이 유럽적인 규제가 사라진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타락(degradation)하는지 목격하고 돌아 온 뒤, 식민지배에 대해 갖는 일종의 환멸감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때 겪는 내적인 변화가 <어둠의 심연>일 수도 있고, 지리적으로는 유럽의 규율이 사라진 아프리카 콩고 강의 깊숙한 강 기슭일 수도 있다. 식민지배자들이 식민지 공간에서 침략, 지배를 통해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에이메 세제르(Eime Cesaire)는 "식민지배의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 of colonization)"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결국 식민지배를 받는 피식민지인들도, 지배행위를 펼치는 지배자도 모두 피해자 일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담론에서는 그 어떤 식민행위에도 면죄부는 없다라고 강하게 규정하고 있다.


4. 마무리 (후기)

<암흑의 심연>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문장도 난해하고, 명확한 사건 중심의 줄거리 전개도 아니어서 여러가지로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식민지배자들의 식민지배행위를 통해 요즘 한국사회에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갑질"과 연결시켜 볼 수도 있었고, 내가 살아온 익숙한 환경과 문화권을 벗어나 여행을 하는 것이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생각 해 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문리수 시즌3, 벌써 5주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킴>과 함께 식민지배를 받던 인도로 떠나게 됩니다....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문리수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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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눈보라님의 댓글

눈보라 작성일

이번 시즌을 통틀어 가장 읽기 힘들었던 작품인데 후기 보니 좀 정리가 되네요~
제가 궁금했던 14쪽 구절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해석해 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서술자 말로우의 이야기는 알맹이가 없고, 사건의 의미가 이야기의 외부에 있다는, 마치 달무리같다는 표현은... 마치 속이 비어있는 뱃사람의 이야기처럼, 끝까지 우리를 궁금하게 하여 이야기를 따라가게 하는 궁금증, 커츠가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신비로운 존재로 존경받았는지는 나오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다 읽었을때 알았죠. 사실 그가 그럴만한 존재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그것은 허상에 불과했다는 생각. 나중에 약혼녀의 존경이 허상에 관한 것이었음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피지배국가가 식민지 종주국 문명에 대해 갖는 경외감이 있다면 그건 허상일 뿐이겠죠. 그냥 아무것도 없는 어둠의 심연을 향한...
실은 약탈이 있을 뿐이었던거고...
어제 못간게 아쉽네요~~~

양지님의 댓글

양지 작성일

눈보라 쌤도 오셨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수업 중에 특히 커츠의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샘들이 지적해 주셨어요. 계속 voice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데 실체가 없고 사람을 현혹시키거나 설득할 수 있는 실체가 없는 힘을 가진 도구. 식민지배이념이 갖는 허구적 이념일수도 있겠다는 해석을 하기도 했구요. 말로우의 이야기 역시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수없다는 의견도 함께 말이죠.다음주 <킴>역시 배경이 영국령의 인도이다 보니 식민지 담론과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