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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세미나_칭기즈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게시물 정보

작성자 신종범 작성일18-01-24 14:05 조회32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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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카니 고진의 제국론으로 문을 연 유목 세미나는 오늘 유목론으로 그 대미를 장식합니다. 그 사이 여러 두꺼운 책들을 많이 읽었지요. 웨더포드의 책은 몽골에 대한 정리로는 꽤 적격이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몽골비사>로 생생한 초원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동방견문록>으로 당대 유럽인의 시선으로 몽골을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스기야마 교수가 동양학자로서 몽골의 세계사적 의미를 드러내 보였다면, 웨더포드는 서양 인류학자로서 중세 서유럽에 미친 몽골의 영향에 주목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몽골이 없었으면 중세 유럽은 잠에서 깨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스기야마와 웨더포드는 가리워진 몽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했지만, 군데군데 차이도 서로 드러냈습니다. 가령, 스기야마에 비해 웨더포드는 쿠빌라이를, 자신의 이미지를 중국화함으로써 유목성이 다소 후퇴한 인물로 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웨더포드나 스기야마 모두 몽골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불식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유럽은 몽골의 직접 지배를 받은 적은 없지만 여러 면에서 몽골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교역, 기술 이전, 세계 인식의 대전환에 따른 모든 혜택을 입었다. 몽골은 헝가리와 독일에서 기사를 죽였지만 도시를 파괴하거나 점령하지는 않았다. 로마 멸망 이후 문명의 주류와 차단되었던 유럽인은 열심히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새옷을 입고 새 음식을 먹었다. 그들의 생활수준은 거의 모든 면에서 급속하게 높아졌다(p. 333)


웨더포드 책의 대강을 소개한다면 아마 위 문장을 인용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갈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워드포드의 인식은 근대 서유럽의 발전에 몽골 세계체제가 밑거름이 됐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서양 역사의 전개를 달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도 같습니다. 그간 서양사에서 몽골은 "공공의 적"이나 악마로 인식되었고, 그 때문에 몽골의 부재나 간과 그리고 폄하는 서양사의 전개를 단절적으로 파악하는 경향을 낳는 데 기여했습니다. 사실 서구의 근대를 중세와는 철저하게 결별한 시대로 보는 입장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르네상스를 일컬어 많은 사람들이 근대의 서막이라고 보고, 근대와의 차이와 단절성을 부단히 강조했던 것이 그 한 예입니다. 사실, 르네상스를 중세의 조락으로 본 학자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몽골의 존재는 서유럽의 중세와 근대를 상호 단절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웨더포드의 시선은 서유럽사회가 근대로 이행하는 데 내부적인 요인만 작용했던 것이 아니라 몽골의 존재와 몽골의 영향이라는 외인에 의해 촉발된 점도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 점 역시 서유럽 사회의 전개를 좀더 새롭고 두툼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웨더포드는 인류학자 특유의 방식에 따라, 국가, 문명의 틀을 세운 뒤 그 안에서 사람과 사회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식으로, 다시 말해 구조와 틀로 사물과 사람을 그다지 재단하려 들지 않습니다. 몽골인의 유목적 문화와 습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그와 같은 시각의 산물이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웨더포드가 동서양을 나란히 놓고 어느쪽은 발전, 어느쪽은 낙후 식으로 평가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동양과 서양을 각각 우승과 열패로 보는 시각을 완전히 극복했느냐는 것입니다. 몽골이라는, 유럽에 영향을 줄 만큼 위력을 가진 제국이 없었다고 한다면 과연 웨더포드에게 동양이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을까 싶은 겁니다. 좀더 읽어봐야 겠습니다.


오늘(1.24)은 유목세미나 마지막 시간으로서 들뢰즈와 가타리가 지은 천 개의 고원 중 제12장 유목론 또는 전쟁기계를 읽고 얘기 나눕니다.


* 후기가 늦어진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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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문리스님의 댓글

문리스 작성일

멋진 후기입니다. 유목 세미나 막판에 합류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종범샘 후기가 위안이 되네요. ^^ 1년간 재밌는 공부였습니다!! 함께해서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