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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세미나] 니체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삶은 괜찮으세요 + 듣기의 윤리 2장

게시물 정보

작성자 소보루 작성일21-01-03 13:00 조회130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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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0년이 가고 새해가 왔네요!


지난 해의 막바지에 저희들은 정화스님의 <니체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삶은 괜찮으세요><듣기의 윤리> 2을 읽고 모였습니다.




정화스님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풀어 쓴 <니체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삶은 괜찮으세요>는 여러모로 새롭게 다가온 책이었어요. 글이 주는 미묘한 맛을 곱씹고, 또 다음 구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책을 읽어나갔던 것 같아요. 한 친구는 부처의 눈으로 읽은 니체를 만난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힐링의 말이 아니라 폐부를 찌르는 말들이 너 진짜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해주었어요.


이번에는 각자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가져와 돌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해보았는데요.

<46. 새로운 창조주가 나타나고>를 고른 미솔 언니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이고, 유혹을 견뎌낼 힘은 용기다, 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고 해요.



용기로 무장된 짜라두짜가 중력의 영을 이겨내고 나니 또 다른 관문, <현재 순간>이라는 문패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묘해

문패에는 분명 현재 순간이라고 쓰여 있는데

그곳에서는 끝없는 과거와 미래만 보여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가 현재 순간에 담겨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변형되는 과거가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고 있다는 것이지

허니 현재 순간이 없다면 과거와 미래도 없고

과거와 미래가 없다면 현재라고 있을 수 있겠어 (182쪽)


언니는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하는 여기에서의 시간관이 재미있었다고 해요. 니체가 말하는 창조가 시간을 창조하는 것이었다니!


영원회귀를 이해하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여기에서의 나의 행동이 인연조건을 만들어내어 필연적인 사건을 불러온다는 악령의 말이 단순한 비유, 은유가 아니라 진짜 그런 식으로 과거의 변형인 미래를 우리가 현재로 끌어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늘 익숙하게 해오던 방식으로 과거를 반복하며 삽니다. 늘 같은 방식으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패턴 속에서 늘 같은 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죠. 이는 새로운 미래를 전혀 오게 하지 않는 행위인 건 아닐까요? 현재 순간이 한 번도 현재의 순간인 적이 없고, “현재는 언제나 영원한 현재로 과거와 미래가 회귀하면서 달리는 그림자라면, 이 반복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현재라는 시간과 다르게 관계 맺는 방법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것 같아요.






재미있게도 <듣기의 윤리>에서도 시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2장은 서사 정체성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요. 현재라는 순간의 연속인 시간은 존재의 자리이면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안정성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간 형이상학의 아포리아’(아우구스티누스가 제기한 문제라고 하네요)를 해결할 가능성을 고민하던 리쾨르는 이를 시간의 바깥, 즉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과거의 경험들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나의 현재의 관심을 중심으로 이야기함안에서 구성해 내면서 나의역사를,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한다. [그러나] 시간 안에서 인간의 경험은 그 자체로 폐쇄된 것은 아니다. (김애령, <듣기의 윤리>, 봄날의 박씨, 75쪽)


니체가 시간 현상학 내부에서 고정되었다고 생각했던 시간을 우리 삶의 윤리적 차원으로 어떻게 끌어올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게 해주었다면, 여기서는 시간에 대한 사후적 경험, 이야기된 시간으로서 우리의 시간경험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서사는 단지 경험된 시간을 종합해서 내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일까요? 또 서사에서의 진실은 내가 겪은 사건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복원해내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겠지요. “모든 이야기는 일정한 윤리적 가치를 함축합니다. 나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도 경험들의 관찰이 아니라 내 삶에 대한 해석. 자기의 가치판단을 함축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나의 윤리와 함께 가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된 텍스트와 자신의 삶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구성하는 행위 자체가 나의 삶을 윤리적으로 평가하는 자리가 되고, 내 삶을 변용시킬 수 있는 개입의 지점을 열어가는 실험대가 되는 것이죠.



여기서 비판이 가능해지는 지점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좋은 삶이라는 윤리적 목표는 타인과 함께 하는 감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하는 삶을 위해 나의 이야기를 기꺼이 타자들의 평가와 개입 속으로 여는 행위로서의 진실 말하기는 이미 주어진 대상으로서의 진실이 존재하고, 그 진실을 말함으로써 체험되는 것이 아니라,오류를 함께 교정할 가능성을 회피하지 않으며 대화하는 태도 속에 깃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매순간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태도가 아닐까요.


나는 말하기와 듣기를 할 때 이런 태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비판의 자리에 나를 세우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공부라는 게 기꺼이 비판의 자리에 서는 거라면. 내가 깨지는 것이 오히려 나를 가볍게 하는 기쁨과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기꺼이 그 자리에 서지 못하고 망설이게 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내가 믿는 나라는 것을 계속 유지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공부하면서 마주한 여러 저자들은 이 나를 고정시키고 유지할 때가 아니라 변화시킬 때 더 큰 자유가 주어질 수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그 자유는 어떤 자유일까요?






다시 니체로 돌아와서, 정민이가 고른 <21. 찰나마다 빛나는 삶>에서 정화스님은 니체가 말한 자유에 대해 이렇게 풀어쓰셨습니다.



자유를 실현하는 삶이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의 빛이 장엄하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하듯

힘차게 솟아오는 태양이 오늘을 뭉클하게 하듯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삶

순간순간을 자유롭게 죽이면서 순간순간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삶

따뜻하게 세상을 감싸는 노을빛처럼 그대 자체인 짜라두짜는

자유라는 미덕을 빛으로 남기면서 새로운 내일의 빛을 맞이하니

찰나마다 빛나는 삶이 되는 것

이것이 삶과 죽음을 축제로 맞이하는 창조자의 자유 (81쪽)


삶과 죽음을 관통하며 삶만이 중요한 게 아니고, 순간순간을 자유롭게 죽이기도 하면서 모든 것을 축제로 맞이하는 것이 바로 창조자의 자유입니다. 정민이는 이 자유를 실현하는 삶이 멋있었다고 해요.


실제로는 매일매일 어제를 죽이면서 오늘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나를 계속 고집하고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 하면서 지금 여기의 것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니체는 만들어진 나를 넘어서기 위해서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라고 합니다.


정민이는 일 년 동안의 청용 생활을 돌아보면서 스스로가 고집하는 생각, , 식습관들하고만 만나느라 다른 가능성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던 게 보였다고 합니다. 굳이 이 하나를 고집하느라 용쓰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 새로운 나를 만나지 못해왔던 건 아닌지, 니체는 이런 걸 죽이라고 하고 있고, 어제의 내가 이어지지 않는 걸 기뻐할 줄 알아야 오늘을 당당히 살고 내일이 불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해요. 정민이는 이런 배움 위에서 새로운 한해의 공부 자리를 고민했고, 청용을 한 번 더 하기로 결정했답니다! ㅎㅎ




어떻게 보면 니체는 새로운 차원의 것을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가는 이치 위에서, 그 조건과 실상을 제대로 보고, 그 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짚어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끝나지 않는 영원을 갈망하거나 스스로를 되어야 하는 존재로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을 자유롭게 죽이면서 순간순간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삶을 살아내기, 그런 창조의 지평이 열릴 때 우리의 삶도, 우리의 이야기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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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차정민님의 댓글

차정민 작성일

니체 사랑해요!!! 베어언니들 사랑해요!!!!
베어세미나는 여기서 마무리군뇨ㅠㅠ
그동안 함께해서 너무 즐거웠습니당 ㅎㅎㅎ

이달팽님의 댓글

이달팽 작성일

니체와 듣기의 윤리를 오가는 세미나! 멋지다~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재밌어보이기도 하고 두 책 다 읽고 싶게 만드는 후기네요!!
한 해를 세미나로 마무리하는 베지밀들.. 올해는 곳곳에서 공부의 활기를 넣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