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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강좌] 2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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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쓰담쓰담 작성일19-07-30 17:01 조회12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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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강좌 2주차 후기입니다~ 두 번째 가족 강좌는 규문에서 공부하시는 오선민샘카프카 강의였습니다. (무려 10페이지의 강의안과 함께!) 카프카라고 하면 그의 유명한 소설 변신이 떠오릅니다. 어릴 적 책 표지에 등장한 벌레를 보고 기겁을 했었는데, 과연 그 카프카와 가족을 엮으면 어떻게 될까요?


프란츠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중요한 의미였습니다.


카프카에게 중요한 가족은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의 글이 아버지를 상대로 씌어졌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카프카의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출세를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었던 인물입니다. 당시 카프카 가족이 살았던 프라하에는 지배계층인 독일인과 다수 민족이었던 체코 민족, 그리고 카프카와 같은 유대인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체코 민족과 유대인들의 세력 다툼은 매우 치열해서, 유대인들이 거리에 나가기만 해도 욕설을 듣는 때였다고 합니다. 헤르만 카프카는 그 사이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아들을 독일 학교에 보내고 집에서도 독일어를 쓰도록 합니다.

이런 권위적인 아버지에게는 카프카와 세 명의 딸이 있었습니다. 첫째 딸은 아버지에게 순종했고, 둘째 딸은 서둘러 다른 집에 시집을 가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셋째 딸은 아버지에게 강력히 저항하면서 시골에 들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카프카는 달랐습니다. 그가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애매모호합니다. 그는 평생을 아버지의 집이었던 프라하 동네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또 그렇다고 아버지의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집을 떠나겠다는 건지, 떠나지 않겠다는 건지?

이런 애매모호한 카프카의 태도는 아버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실 그의 삶 전체가 이런 애매모호함의 연속이었다고 합니다. 세 번이나 약혼을 했지만 끝내 결혼하지 않았고, 자신의 모든 글을 연인에게 건네주면서 태워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결혼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태울 것이면 스스로 태우면 될 것을 남에게 부탁하는 건, 글을 없애고 싶다는 건지, 없애고 싶지 않다는 건지. 정말이지 대체 어쩌라고?”

실제로 이렇게 이도저도 아닌 사람을 보면 참답답하고 불안합니다. 그냥 하나로 결정을 내려 주었으면 좋겠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니. 강의를 들으면서도 대체 카프카는 어떤 사람인지, 그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쏭달쏭하기만 했습니다. (중간부터는 필기할 마음도 사라지기까지.) 그런데 이상했던 건, “어쩌라고?”를 반복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은 답답하거나 불안하기보다는 오히려 쾌활해 보였습니다. 선생님은 카프카처럼 이도저도 아닌 사람을 보고서도 어떻게 저렇게 즐거우실 수 있을까? 반대로 왜 나는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을 참지 못하는 걸까?

카프카의 가장의 근심이라는 작품을 보면, ‘오드라데크라는 알 수 없는 것에 근심하는 가장이 등장합니다. 그는 오드라데크라는 어원도 분명하지 않고, 의미도 불명확하고 생긴 것을 앞에 두고 고민합니다.

나는 그가 어떻게 될까 하고 헛되이 자문해본다. 그가 도대체 죽을 수도 있을까? 사멸하는 모든 것은 그전에 일종의 목표를, 일종의 행위를 가지며, 그로 인해 그 자신은 으스러지는 법이다. 그러나 이 말은 오드라데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가 언젠가는 내 아이들과 손자들의 발 앞에서까지도 실타래를 질질 끌면서 계단 아래로 굴러 내려갈 것이란 말인가? 그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죽고 난 후에도 그가 살아 있으리라는 생각이 나에게는 몹시 고통스럽다.” (가장의 근심)

오드라데크(Odradek)의 상상화


우리는 어떤 사람을, 어떤 사물을 단어로 정의하고 결론짓는 것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아버지는 이런 사람이다, 카프카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하면서요. 이렇게 규정을 지어버리는 순간, 그 규정에 어긋나는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게 됩니다.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둥, 카프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둥하며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아버지란 인물이, 카프카가, 혹은 존재 그 자체가 그런 규정 안에 포섭될 수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존재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물고기처럼 늘 규정 사이를 빗겨 나가는 것들이 아닐까요?

아버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되 복종하지도 떠나지도 않는 것. 그것은 카프카가 하나의 규정에 대항하는 전략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죠. 우리 역시 가족을 보면서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바라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차라리 집을 나오는 게 더 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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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자님의 댓글

줄자 작성일

나는 어머니와 어떤 거리 두기 방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준 강의 였었요.
삶에서 완전한 배제도, 완전한 매임도 아닌 규정되지 않는 관계 말들기.
'찍찍~'이라고 대답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