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강학원

본문 바로가기
남산강학원을 즐겨찾기에 추가
사이트 내 전체검색

출발, 깨봉시대!!
“남산강학원 Q&?”를 시작하며

인디언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비전 퀘스트vision quest, 즉 ‘신명(神命) 탐구’라는 걸 한다고 합니다. 신이나 동식물 같은 이웃 존재들에게 영적 가르침을 얻기 위해 단식하고 기도하는 행위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태어난 존재가 자신의 ‘태어남’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의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쩌면 지금 우리가 바로 이런 ‘비전 퀘스트’의 시기에 접어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미리 정해진 길도 없고, 공동의 목표도 없고, 조직의 이념이나 체계 같은 건 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우리의 몸이 부대끼고, 우리의 마음이 서로에게 파장을 일으키고, 각자의 질문들이 복잡하게 접속, 증식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그냥 압니다. 그게 우리가 함께 하는, 함께 해야 할 유일한 이유입니다.
크리슈나무르티가 ‘별의 교단’ 해체 선언문에서 그랬었죠. 영원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진리를 귀담아 들으려 하는 사람이 다섯 명, 단 다섯 명이면 충분하다구요. 우리가 지금 그렇지 않나요? 서로에게 스승이 되고 제자가 되어 함께 공부할 사람이 단 두 명이어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한 명이어도 좋겠습니다. 제가 ‘우리’를 말할 때, 이 ‘우리’는 조직의 수가 아니라, 그렇게 여기서 함께 공부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강도의 크기입니다. 하나든 열이든 백이든, ‘우리’는 조직이 아니라 구체적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각자’이고, 그 각자가 이곳에서 자기의 비전을 탐구하고, 전염시키고, 또 다른 비전을 낳으면서, 함께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출발은 언제나 한편으로는 설레고, 또 한편으로는 두렵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설렐 이유도 두려워할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가 온 것처럼, 또 그렇게 가면 될 테니까요. 여전히 우리는 많은 일들을 겪을 것이고, 만남과 헤어짐을 무수히 반복할 테고, 일상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 고통스럽게 혹은 유쾌하게 자신의 모습을 대면할 것이며, 자신의 한계를 깨달을 때마다 비명을 지르겠죠. 그리고 역시 믿을 건, 우리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여기 있는 이 사람들뿐일 겁니다.^^ 필동(筆洞) 남산강학원(Q&?)을 우리의 ‘비전 퀘스트’가 이루어지는 수행처(修行處)로 삼아봅시다!

Q & ?

Q(큐)는 질문Question, 화두(話頭)입니다.

&(앤)은 접속입니다.

?(큐)는 우리의 증식하는 질문과 행동입니다.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공부란 질문하기요, 질문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공부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향해 춤추는 질문들로 가득합니다. 배움의 길 위에서 자신에게 묻고, 심신을 수련하고, 그 과정에서 매번 자신을 넘어서고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기. 이것이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질문들을 탐색하고, 질문을 쥔 채 배움을 구하고, 그 배움이 우리의 언행과 일치되게 만드는 공부의 과정, 그것이 우리의 수행(修行)이고, 지금 이 자리가 우리의 수행처입니다. 선인들의 말대로, 앎은 천하 공공의 것입니다.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지식만이 아니라 만물이 만물에게 전하는 지혜입니다. 우리는 배울 수 있는 모든 것과 접속할 것이며, 우리의 배움으로 세상 모든 것과 접속하기를, 우리가 터득한 지혜를 다시 천하에 돌려주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남산강학원의 접속원리이고, 공부의 원칙입니다. 우리의 공부가 만물 속에서, 만물에 의해, 만물과 더불어, 날렵해지고, 단단해지고, 경쾌해지기를 원합니다. 질문이 질문을 낳고, 행동이 또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길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상도, 어떤 지식도 소유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소유는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배움의 길 위에서 모두가 모두의 스승이 되고 모두의 제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물음을 던지며 새로운 중심들을 구성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함께’ 공부하는 것은, 그 ‘함께 함’ 속에서 스스로가 자유롭게 서기(自-立) 위해서입니다. ?는 매번 새로 시작되는 우리의 현재이고, 우리의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