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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끝장토론, 잡힐듯 잡힐듯 도망가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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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꽃 작성일17-08-08 11:43 조회197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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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신서유기 근두운 수업, "루쉰으로 연극하기"의 후기입니다. 이 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수업의 내용을 잘 정리하도록 돕는 것이 후기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루쉰의 작품에 대한 내용 정리는 지양하고 현장의 질문과 역동을 더 많이 담고자 했습니다.(궁금하신 분은 직접 읽어보시길ㅎㅎ) 이름은 이니셜로 대체했습니다.

식인을 욕망할 수 없었던 인간, 광인 - 『외침』 , <광인일기>

Y가 <광인일기>의 발제를 준비해왔다. Y는 희망도 절망도 없다고 생각했던 루쉰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광인일기>를 읽으면서 광인이 식인하지 않았던 건 식인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이 그것을 욕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나는 똑똑히 안다. 저들이 한패이고 죄다 사람을 먹는 놈들이란 걸. 그러니 놈들의 속사정이 한결같지 않다는 것도 안다. 예로부터 그래 왔으니 응당 먹어야 된다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먹어선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여전히 먹으려 하고 그러면서도 남의 눈에 띌까 겁이 나고 그래서 내 말에 길길이 날뛰지만 입을 앙 다문 채 냉소를 흘리기만 하는 부류도 있는 것이다.” - 『외침』, 40p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예로부터 그래 왔다’는 전통으로 포장하고 어떤 사람은 겉으로만 점잖은 체 하며 욕망을 숨긴다. 하지만 광인은 자신이 그렇게 잔인한 것을 욕망할 수 없음을 알았고 자기 자신만이라도 미몽에 다시 빠져들지 않기 위해 식인을 그만두라고 외쳤다. 그런데 과연 루쉰은 광인을 통해 뭘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Y의 발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광인’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나누었다. 깨어난 사람이다, 미친 사람이다, 분분한 의견이 오갔지만 식인의 역사를 자각했으며 당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인물이었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식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는 구시대의 습속에 의존하는 중국인의 미개함이고 이는 곧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어떤 야수성과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광인이 다시 병이 나아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부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광인처럼 깨어난 채로 살아가기는 힘들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광인의 투쟁이 희망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냥 자신의 자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등 여러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다른 작품과 함께 얘기해보기로 하고 패쓰~

낯설지 않은 찌질함, 아Q - 『외침』 , <아Q정전>

J와 D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아Q정전>을 읽어왔다. D는 아Q가 허울뿐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실제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마음만 승리하는 임시 방편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래서 D는 아Q가 해결해야 했던 근본적인 문제가 ‘생계’라는 것에 공감했고 루쉰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J는 보다 더 루쉰이 말하고 싶었던 바에 주목했다. 루쉰이 아Q를 통해서 인간의 못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함께 적막을 달리는 친구에게는 기쁨을, 적에게는 불편함을 주어 그들을 깨어나게 하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J는 자신이 루쉰의 소설 속 인물들을 닮았음을 깨닫는 것이 더 이상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반길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Q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토론이 이어졌다. W는 아Q가 긍정적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루쉰이 생각하는 이상적 인물이라는 참신한 주장을 내세웠지만 반박에 부딪혀 주장을 번복했다. 정말 자신을 긍정하는 사람이라면 왜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비열한가? 정신 승리법을 하면 할수록 왜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부터 더 멀어지는가?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는 하나도 모르고 계속 더 권위 있고 강한 것에 의지하는가? 하는 질문들이었다. 결국 아Q는 매우 찌질한 사람이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편했다. 불편함을 느끼는 건 우리 모두에게 아Q와 같은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매순간 우리는 정신 승리법을 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 또한 나의 수많은 정신 승리법들을 떠올렸다.

그럼 아Q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우리 안의 아Q를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모두 멍~할 뿐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일단 생계를 해결하라! 자기 안의 노예근성을 직면하라! 살아남아라! 등 여러 보기가 있었으나 어느 것도 답이 아닌 듯한 이 찜찜함. 결국 루쉰 너무 무책임하다, 답답하다. 라는 성토를 하기 시작했다. 대체 어쩌라는 거야~~ 다음 작품에서 해결해보기로 하고 또 패스~

고독자는 왜 고독해졌을까? - 『방황』 , <고독자>

<고독자>는 네 작품 중 가장 큰소리가 오갔던 오늘 세미나의 절정이었다. 그것은 ‘고독자(웨이렌수)는 왜 스스로 고독을 자초했는가?’라는 질문을 두고 벌어진 논쟁이었다. H는 고독자가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에 비관해서 세상에 복수하려고 스스로를 가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S는 그걸 복수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K는 능동적인 복수라기보다는 자기혐오로부터 비롯된 수동적인 파괴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아무도 이해할 수 없으니 고독자다’, ‘취직이 안 돼서 고독자다’ 등 다소 급작스런(?) 결론들이 나오기도 했다.

아무튼, 그것이 세상을 향한 것이었든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었든 웨이렌수는 세상을 냉소하고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잊혀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신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의 정반대의 행동들을 하면서 자신을 파괴한다. 아Q와 매우 비슷한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난 웨이렌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선페이는 웨이렌수와 비슷한 상황에 있음에도 분명 다른 길을 간다. 친구의 죽음에 그다지 슬퍼보이지도 않고 그냥 묵묵히 살아간다. 선페이는 단지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인 걸까? H는 이를 강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고독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이 두 고독자가 가는 길은 우리에게 많은 의문 부호를 남겼다. 루쉰은 이 두 사람을 통해 무얼 보여주고 싶었을까?

럼에도 불구하고 살라고? - 『방황』 , <축복>

<축복>에서 우리의 마음에 돌을 던진 건 한 문장이었다. 작품 속 화자는 샹린댁의 삶을 두고 ‘현세에서 살아봤자 별수 없는 자가 죽는다는 것은 보기 싫던 자가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남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나 모두 좋은 일(18p)’이라고 말한다. K는 발제를 준비하며 이 문장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살아봤자 별 수 없는 삶’도 있는 걸까? 감정적인 차원을 떠나서 정말 샹린댁의 상황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그녀에게 좋은 걸까? H는 일단 작품 속 화자가 루쉰이 비판하는 지식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을 때 루쉰 그 자신의 생각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루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라는 말을 했는데 그럼 루쉰은 삶을 무엇이라고 생각한걸까? 삶을 고통이 없는 무언가로 생각한다면 샹린댁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사람인 것이다. 만약 고통 그 자체가 삶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것은 곧 루쉰은 고통속에서 왜 글을 썼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삶을 돌보지 않는 샹린댁 같은 사람은 고통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와 같은 교훈을 주기 위해서이다, 혹은 샹린댁의 죽음에 대한 스스로의 부채감을 덜어내기 위해서이다, 아니면 그냥 이런 일이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등 여러 해석이 나왔다. 루쉰은 또 우리를 미궁에 빠트렸다.

만약 나라면 샹린댁에게 어떻게 했을까? 그렇게 노예로 살면 안 된다고 당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설득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억울한 삶을 널리 알리기 위해 그녀가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글을 썼을 것 같다. 그런데 루쉰이 특이한 점은 그녀의 삶을 남기는 글에 꼭 자신의 분신인 것 같은 ‘화자’를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화자의 내면에 있는 갈등과 비겁함과 잔인함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는 왜 자꾸 이런 시선을 취하고 있는 걸까?

왜 루쉰은 자꾸 우리를 미궁에 빠트리는가? - 『외침』 , <서문>

모든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다루게 되는 건 <서문>이었다. 루쉰도 젊은 날엔 꿈을 꾸었었다. 문예를 통해 중국인들의 정신을 개조해야지. 시도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음을 깨닫고 적막에 빠진다. 이 때 루쉰은 적막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저들을 계몽시켜 함께 가고 싶었던 이상, 어쩌면 그건 저들이 원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저들을 비난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이상만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그러면서 그는 오랜 시간 적막 속에서 비문을 베끼며 살아간다. 누구에게 어떤 것도 주장하거나 말하지 않은 채. 나의 진리가 타인에게도 진리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적막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는 다시 적막에서 나와 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살아가겠노라고. 이것이 내가 보는 세계이자 내가 믿는 진리라고.

그가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주인공과 화자를 함께 등장시키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내가 보는 세계일 뿐이다. 나는 분명 인간의 노예 근성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 또한 유일한 정답은 아니라는 것. 어떤 이에겐 아Q처럼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고, 어떤 이에겐 <고독자>의 웨이렌수처럼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고. 루쉰을 읽으면서 우리가 답을 찾지 못하고 자꾸 미궁에 빠져드는 건, 그가 무책임하다고 느끼는 건 바로 그가 취하고 있는 이런 애매한 위치 때문이라 생각한다.

에필로그..

세미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난 조금 쓸쓸해졌다. 3시간 동안 루쉰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뭐 하나 정리된 건 없는 것 같고 느낀 거라곤 우리가 정말 다르다는 것 뿐. ‘복수’라는 하나의 단어에 대해서도 갖고 있는 의미들이 너무 달라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도 상대의 말을 이해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웠다. 인간은 모두가 각자의 누에집 안에서 사는 고독자인가? 대체 난 루쉰을 왜 읽는 걸까?

난 루쉰을 ‘혁명가’로 읽었다. 힘없는 민중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려면 어떤 제도나 서비스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설명할 언어를 가져야 한다, 고 루쉰이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쉰이 보여주는 건 어떤 그런 내용적인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미나 시간 자체가 보여준 것처럼 인간은 저마다 다른 진리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진리를 외칠 수 있는 용기와 근기. 루쉰이 보여주는 건 하나의 정답이 아닌 삶에 대한 태도가 아닌가 싶다. 우린 루쉰에게서 앞으로도 쭈욱~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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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sambong05님의 댓글

sambong05 작성일

3시간의 장정... 7명이 혼란의 롤러코스터를 함께 겪으면서 웃고 또 웃었지요ㅎㅎ
"복수"에 대한 무한토론, 루쉰을 향한 다소의 불만어린 궁금증. 다윤하의 투샷. 아Q에 대한 신박한 가설, 그리고 무엇보다 연극에 대한 설렘과 고민이 버무려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긴긴 토론을 정리해준 ... 쌍자음은 이니셜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난감하군요.
KK 수고했어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녕님의 댓글

그녕 작성일

kk, 쓸쓸해 할 필요는 없을 듯한데.^^ 어쩌면 루쉰이 원하는 것은 우리를 미궁 그 자체에게 빠뜨리는 것인지도 모르니 말이야, 화팅!!

HaroSuem님의 댓글

HaroSuem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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