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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근두운] 연기는 어려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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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꽃 작성일17-09-28 02:02 조회17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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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 시간 숙제였던 <아Q 변신 동작>을 차례로 해보면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6명의 여배우(^^;;)가 등장할 때 하게 될 동작인데요.

각자가 생각하는 아Q를 몸으로 표현해보는 과제였습니다.

석영은 스스로 만든 방 안에 갇혀 그 안에서만 의기양양하는 모습의 아Q를,

윤하는 좌절을 거듭하다가 자신을 포기해버리는 모습의 아Q를,

호정언니는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 모습의 아Q를 표현했습니다.

욱현샘의 평은 "방학 숙제 검사하는 것 같다." (맙소사!) 그러면서 연극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인데 지금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 저희의 분위기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셨습니다. 얘기해 본 결과 '의미를 담아서 동작을 만들어오라'는 지령 때문에 뭔가 그럴 듯한 의미를 생각하느라 동작이 다소 무거워졌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재미있게! 다음 주에 다시 만들어오는 것으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 재미있는 게 아니라, 내가 재미있는 걸 하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은 4장, <연애의 비극>의 장면을 만들었는데요.

연극에서는 2분 정도 되는 장면을 하나 만드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그 과정을 뜯어보았습니다.

크게 2단계로 연습이 진행되었습니다.

첫째는, 그 인물을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그 인물의 여러가지 상황과 마음을 이해해야 몸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Q가 지나가는 비구니를 발견한다)' 이 하나의 지문을 표현하기 위해서 '비구니가 왜 지나가는지?', '왜 하필이면 술집 앞을 지나가는지?' 더 나아가서 '비구니는 왜 비구니가 됐는지?'까지 답을 해야 했습니다.

대사를 한 마디 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왜 이리 재수가 없나 했더니 네 년을 만나려고 그랬나보다!"라는 대사를 하기 위해서 이 사람이 왜 이 말을 하는지, 상대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는지 이해해야 했습니다. 각자 맡은 대사를 분석해오는 게 숙제여서 나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몸으로 해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바로 느껴졌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저를 보고 바로 알 수 있었죠! 어떻게 해야 분석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습니다. 문제는 제가 그리고 있는 아Q라는 인물이 구체적이고 생생하지 않아서 자꾸 '박꽃잎'의 분석이 끼어드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Q라면 어떻게 했을까?'보다 '이 상황에서 박꽃잎이라면 어떻게 했을까?'가 먼저 나오는 것이죠. 한 달 전에 저에 대한 100문 100답과 아큐에 대한 100문 100답을 했었는데 그걸 다시 봐야할 것 같아요.^^

두번째는, 상황에 몰입하는 단계입니다. 위의 대사에 담긴 아Q의 마음을 '아Q는 마을 사람들에게 당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보다 약자인 비구니에게 화풀이를 해서 그녀를 깎아내리려고 한다'로 분석했다고 해도 바로 표현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지금은 욱현스쿨 수업 중이고 저 사람은 함께 공부하는 석영이다'라는 지금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있기 때문이었죠. 평소에 내가 수업시간에 어떻게 행동하고, 석영과의 관계가 어떻고, 창피하고 뻘쭘하고...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끼어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아Q의 "성욕"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대낮이고, 남자인 욱현샘이 있고 등등의 생각 때문에 정말 연기가 어렵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성욕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게 저에게 익숙한 규범인데 그걸 깨야하는 도전에 처하게 된 것이죠. 사실 너무 피하고 싶어서 나는 왜 연극을 하는지, 왜 나를 깨부수어야 하는지 다시 진지하게 고민이 됩니다. 근영샘이 OT 때 말씀하셨던 나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험이 이런 걸까요? 저는 끝까지 버티는 항심을 지킬 것이라 다짐했었는데 그때는 연극이 이런 것일 줄 상상도 못했어요. 하하.

장면을 만들면서 아Q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욱현샘이 저희에게 "아Q가 스스로 정신 승리법을 하고 있다는 걸 알까요, 모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저희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죽을 때까지 모른다', '정신 승리법을 하고 있는 건 알지만 그게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른다', '자기 경멸의 일인자라고 말하는 걸 보면 알고 있다', '의식적으로는 모르지만 자꾸 화를 내는 걸 보면 몸은 알고 있다' 등. 아Q가 그걸 알 때와 모를 때의 연기가 다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선 각자 더 생각을 해보고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연기 잘~하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연기는 거짓으로 꾸며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욱현스쿨에선 연기가 정말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보려고 하는 부단한 노력이라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얼마나 세심함과 정성이 필요한 일인지도요. 상대를 이해하려는 그 부단한 노력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건 역설적으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가치관, 내 태도, 내 습관, 내 신체... 이런 것들을 넘어서면 어떤 내가 되는 걸까요?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합니다. 좀 더 부지런을 떨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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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지혜님의 댓글

김지혜 작성일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매순간 호흡처럼 올라오는 연기수업.
체력은 또 왜이리 모자란 건지 모르겠습니다.

연기를 하는 사람들을 예쁘고 재능있는 사람들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요즈음은 뭐랄까, 자신을 내려놓기위해 전투를 벌이는 전사들에 더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역시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때로는 아이처럼 때로는 전사처럼 무엇보다 눈빛이 풀리지 않게 신경쓰면서 우리들의 아Q가 완성되는 그날까지~!